퐁퐁의 하루 일기

지배인 2018.09.06 07:26 조회 수 : 161

지난해 초여름 어느 토요일 종묘공원에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친구와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일찍 도착해 어슬렁거리던 참이었다. 공원에서는 평소처럼 노인 대부분이 장기와 바둑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저너머 잔디밭에서 노래방 기기 반주 소리가 들렸다. 공원에 웬 노래방 기기? 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아갔다. 막걸리에 취한 노인들이 마이크를 붙잡고 ‘신라의 달밤’을 부르고 있었다. 옆에선 60대 중반 대여섯 명이 춤을 추고 있었다. 잔디밭에서 대체 전원이 어디서 났을까? 전선을 따라가 봤다. 몇 미터 떨어진 나무 밑에서 휘발유로 움직이는 간이 발전기가 ‘퐁퐁’ 연기를 뿜으며 돌아가고 있었다.
잔디밭에 노래방 기기가 있는 모습은, 파도 치는 해변에 피아노가 놓인 영화 <피아노>의 포스터처럼 초현실주의적으로 보였다. <서울의 밤문화>(김명환·김중식 지음, 생각의 나무)를 보면 1960∼70년대에는 카바레, 고고클럽에서 춤추는 게 대유행이었다. 공원에서 춤추던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30여년 전에 카바레·고고클럽에서 ‘한춤’했을지 모른다. 공원 정비사업이 시작된 지난 6월 뒤부턴 이런 놀이가 금지됐지만, 그때 그들은 진정 인생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을 보면서 문득 나이트클럽에서 추던 토끼춤이 떠올랐다. 나도 저 나이에 종묘공원에서 토끼춤을 추고 있을까? 그리고 궁금증이 이어졌다. 80년대에 ‘문워크’를 하고 놀던 삼촌은 지금 어디서 춤추며 놀고 계실까? 70년대에 고고를 추던 큰아버지는 지금 어디서 몸을 흔들고 계실까? 또 20대 초반의 한창때인 사촌동생은 지금 어떻게 ‘부킹’을 하며 놀고 있을까? 대답을 들어보려고 〈Esc〉가 나이트클럽에서 성인콜라텍까지 업소들 문을 두드렸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mh@hani.co.kr· 소품협찬 빈티지 쇼핑몰 ‘뺨’
커버스토리/그들은 지금 어디서 흔들고 있을까
커버스토리/그들은 지금 어디서 흔들고 있을까
가상의 웨이터 세 사람의 대화로 재구성해 본 세대별 밤문화 차이
“술도 한잔했는데, 우리 ○○○에 한번 갈까?”
당신이 ○○○에 채울 말은? 노래방, 피시방, 당구장 등이 떠오를 것이다. 혹시 ‘나이트’(나이트클럽)를 떠올렸다면 당신은 좀 ‘놀아 본 사람’. 그렇다고 남들이 손가락질할까 눈치 볼 필요는 없다. 부서 회식 때 나이트클럽을 가는 회사도 많으므로 “회식 뒤 남녀 사원 다 같이 춤만 추러 갔다”고 둘러대면 된다. 혹시 ‘콜라텍’이 떠올랐다면 당신은 딸·아들 시집·장가 다 보낸 50대 후반∼60대일 가능성이 크다. 설마 ‘나이트’라는 말 대신 ‘돈텔마마’라는 고유명사를 떠올렸는가. ‘위험한 40∼50대’인 당신, 나이트클럽에 갔다 온 사실을 비밀로 간직하는 편이 낫겠다.
클럽이 한창 유행이지만, 나이트클럽은 여전히 모든 세대에게 인기가 많다. 그러나 똑같이 나이트클럽 간판을 달아도 나이대별로 인기 많은 곳이 구별돼 있으며, 음악과 춤도 다르다. 나이트클럽에서도 세대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나이트클럽·카바레·성인콜라텍·무도장을 취재했고, 이를 근거로 20대 나이트클럽(나이십), 30대 나이트클럽(전직딩), 성인콜라텍(급청춘)에서 일하는 가상의 웨이터 세 사람이 대화하는 것처럼 재구성했다. 서울 강남구 리버사이드호텔 물나이트클럽, 레드루팡나이트클럽, 중구 하와이카바레에서 도움말을 받았다. 노래와 춤은 세대마다 달랐지만, 즐기는 마음은 20대와 60대가 똑같았다. 욕망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10월 6일 찾아간 강남의 한 나이트클럽. 이 나이트클럽에서 밤에 있을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
10월 6일 찾아간 강남의 한 나이트클럽. 이 나이트클럽에서 밤에 있을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
나이십 : 형님들, 오랜만입니다. 저 처음 이쪽 일 시작할 때 도움 많이 주셨는데, 자주 연락 못 드렸네요. 죄송합니다. 20대들이 많이 오는 저희 나이트클럽은 대학교 방학 때가 피크라 8월까지 너무 바빴어요.
급청춘 : ‘푸싱’(나이트클럽 웨이터가 여자 손님들에게 술을 공짜로 제공하는 대가로 테이블에 앉아 있도록 하는 것)하느라 고생했겠네. 내가 일하는 성인콜라텍은 50대 후반∼70대들이 오는 곳이라 따로 성수기가 없어. 웨이터가 부킹을 하지도 않아서 비교적 편해.
콜라텍 때문에 카바레가 안된다?
전직딩 : 무도장이나 성인콜라텍은 부킹 없이 어르신들이 알아서 춤추고 노시지만, 비슷한 나이대가 찾는 카바레는 부킹이 있잖아요. 알고 지내던 형님이 지금 카바레에서 일하시는데, 성인콜라텍이랑 무도장 때문에 장사 안 된다고 걱정하시더라고. 그나저나 요새 춤은 힙합이 대세인 것 같아. 20대 나이트클럽이랑 30대 초중반 직장인들이 찾는 나이트클럽이나 음악과 춤은 별 차이가 없다니까. 지난해엔 닥터 드레인지 도레미인지 하는 미국 가수의 ‘넥스트 에피소드’를 하도 여러 번 들어서 이젠 흥얼거릴 정도야.
나이십 : 클럽이 워낙 유행이어서 20대 나이트클럽은 부킹이 있다는 것 빼고 스테이지나 음악은 클럽과 다를 게 없어요. 특히 분위기 뜰 때는 싸이 노래 나올 때죠. ‘챔피언’ 나오면 그냥 가는 거예요. 힙합이 대세이긴 하지만, 30대 나이트클럽은 나이대가 있으니까 가끔 90년대 초중반 노래나 예전 디스코를 틀어주기도 하잖아요? 수십명이 한꺼번에 찌르기춤을 하면 볼만하겠는데요, 하하! 20대가 가는 나이트클럽은 토·일요일이 잘되고, 직장인들이 가는 나이트는 목·금·토요일이 피크인 것도 조금 다르죠.
10월 6일 찾아간 강남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30대 초반의 손님들이 춤을 추고 있다.
10월 6일 찾아간 강남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30대 초반의 손님들이 춤을 추고 있다.
전직딩 : 뭐야! 나이 많다고 갈구는 거냐? 그래도 네가 일하는 곳과 내가 일하는 곳은 공통점이 더 많아. 40대∼50대 초반들이 찾는 나이트클럽에서는 부킹할 때 남자가 여자가 맘에 들면 술값을 대신 내주잖아. 20∼30대 나이트클럽에서 그런 일은 없지. 또 40대들이 찾는 나이트클럽에서는 조용필·건아들·송골매·나미 등등 7080 음악이 대세라고. 40대 나이트클럽에서 필리핀 밴드가 우리나라 노래 연주하는 것 안 들어봤냐?
급청춘 : 이제부터 나이 얘기하면 혼난다. 성인콜라텍이나 무도장은 일단 춤추는 게 먼저니까 부킹이 첫번째인 나이트클럽과 다르지. ‘나이십’ 너 ‘지르박’(지터버그)이나 ‘도로또’(트로트)가 뭔지는 들어봤냐? 여긴 나이트클럽 같은 ‘기본’(나이트클럽에 들어가면 반드시 주문해야 하는 술과 안주)도 없어. 입장료 2천원 내고 들어오면 무한정 춤출 수 있지. 춤은 지르박 같은 사교댄스고. 90년대 후반에 고등학생들이 가던 그 콜라텍이 아니다. 음악은 거의 업템포로 편곡한 예전 트로트 가요지. 옛날 노래라고 놀리지 마라. 이 음악들이 어르신들이 20대 놀던 시절에는 최신가요였다.
40대 나이트클럽에선 필리핀 밴드의 활약도
나이십 : 제가 감히 형님을 나이 많다고 놀리겠습니까? 형님, 담에 뵈면 무도장, 성인콜라텍 때문에 많이 밀려났지만 아직 몇 군데 남아 있다는 카바레 얘기도 해주세요.
급청춘 : 그래. 한국식 ‘부킹’이 카바레에서 어떻게 처음 생겨났는지 말해주마. 나이트클럽 웨이터는 업소에서 월급 받는 게 아니고 자기가 데려온 손님 매상을 업소와 나눠 가지는 사실상의 자영업자니까 홈페이지 관리하는 거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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